(약혐, 스압) 심심해서 써보는 영국 조기축구TMI 썰.txt > 보험 Q&A

핸드폰 갤러리 보다가 영국에서 조기축구 뛰다가 다쳤을 때 찍어놓은 사진 봐서 써봄. (아까 낮에 글썼는데 묻혀서 재업함ㅠㅠ)

내가 살던 동네는 브리스톨이라고 런던에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동네였음.

다니던 회사 동료중 콜롬비아 출신 호주 아저씨가 있었음.

이 아저씨가 특이했던게 콜롬비아 보고타 출신인데 호주로 이민가서 호주 시민권얻어서 살다가 영국인 여자친구랑 결혼하고 영국와서 살게 된 글로벌한 아저씨였음ㅋㅋㅋ

인싸기질이 넘치는 콜롬비아 아저씨는 호주에 있을때 만난 한국인들 얘기를 하면서 나를 되게 잘 챙겨줬음.

나도 어렸을 때 바르셀로나 살아서 스페인어 조금 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이 아저씨랑 평소에 둘이서 축구얘기를 엄청하면서 친해짐.

그러다가 이 아저씨가 말하기를 자기가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볼 차는데 관심있으면 한 번 나와보라는 거임.

한국에서 올 때 축구화도 안갖고 와서 나갈 생각을 아예 안했었는데 

퇴근하고 집가는 길에 SportsDirect라는 스포츠용품점에서 우연히 나이키 축구화를 20파운드에 파는걸 보고 덥썩 사버림.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데뷔전을 치루러 갔음.

일단 조기축구회 인원은 약 30명 정도 있었는데, 매주 전부 다 나오는건 아니여서 11 : 11 하거나 10 : 10으로 경기했음.

한 번 갈때마다 4파운드씩 냈고 존이라는 빡빡이 아저씨가 있었는데 이 아저씨가 팀장같은 개념이라서 매주 수금하고 축구공가져오고 형광조끼 빨아왔음.

연령대는 20대 초반에서 50대까지 다양했는데 나랑 콜롬비아 아저씨 그리고 어떤 그리스 아저씨 빼고는 전부 다 로컬아저씨들이라서 백인이였음.

일단 첫경기 뛰고 느낀점은 이 아저씨들 첨에 패스를 엄청 안줌ㅋㅋㅋㅋ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왜 처음 나왔을때 패스 안줬냐고 하니깐 중국인인줄 알았다고 함ㅋㅋㅋㅋㅋ

내가 주로 윙에서 뛰었는데 공 몇 번 왔을때 무리하지 않고 간결하게 패스 내주니깐 그 때부터 조금씩 패스 주는 빈도가 늘어났음.

그렇게 매주 나가기 시작하면서 느낀 점은

1. 한국이랑 비교도 안되게 거침.

내가 체격이 보통 체격이라서 그런진 몰라도 루니 닮은 빡빡이 아재들이 한 번 퉁치면 그냥 날아가버림.

그리고 어쩌다가 배나온 빡빡이 형님이랑 살짝 부딪혔는데

이렇게 됨 ㄷㄷ

피지컬차이가 뭔지 제대로 느꼈음.

2. 영국 조기축구 아재들도 개인드리블 싫어한다.

한국 조기축구 아재들도 간결하게 하는 거 좋아하듯이 이 쪽 아재들도 드리블 오래치는거 엄청 싫어함.

개인기 좋은 사람이 드리블치는것 보다는 각 나올 때 슛 시원하게 때리고 그냥 측면에서 치고 달려서 크로스 올리는 사람을 더 좋아하더라.

간결하게는 만국 공통인듯.

3. 50넘은 아재들도 열심히 뛴다.

이게 내가 느낀 한국 조기 축구랑 가장 큰 차이점인데 머리 훌렁 벗겨진 배나온 아재들이 정말 열심히 뛴다.

우리나라는 아재들 중에는 간혹 조기축구 가보면 롱패스랑 스루패스만 노리면서 "출발! 출발!" 외치는 아재들 많은데

내가 경험해본 영국 아재들은 진짜 열심히 뛰었음.

개인적인 생각으로 영국 아재들이 이렇게 열심히 뛸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기초체력이 한국아재들보다 더 좋아보였음. 

평소에도 주중에 퇴근하고 런닝하거나 자전거 타시는 분들이 많더라.

4. 알까기 잘못하면 큰일 남

나는 주로 윙으로 뛰는데 크로스가 안좋아서 치달로 제끼거나 드리블 치는걸 좋아함.

한 번은 상대 풀백 알까기(넛맥)먹였는데 진짜 그 경기 내내 공 한번만 잡으면 죽일듯이 쫓아와서 뒤질뻔 함.

개인기 잘못썼다가 담궈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ㄷㄷ

마지막으로는 나 영국 떠날 때 아재들이 단톡방에 써준 메시지들

같이 웸블리로 직관도 가고 펍에서 챔스 결승도 같이 보고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제일 재밌던 시절이였던거 같음

코로나 끝나면 다시 영국 가서 아재들이랑 볼차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