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혼 연령이 늦어지고 늦은 임신과 출산이 '뉴노멀'로 자리 잡은 가운데 지난 20년간 성별이 다른 남매 쌍둥이 출생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한 가지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면서도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 등 난임 치료 시술에 따른 이란성 쌍둥이 임신이 많아진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00년 태어난 쌍둥이 중 같은 성별은 3736쌍으로 전체 쌍둥이 가운데 71.6%로 집계됐다. 반면 성별이 다른 쌍둥이 출생은 1484쌍으로 28.4%였다.
하지만 지난달 말 나온 2019년 통계를 보면 20년 만에 쌍둥이 출생 성비에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같은 성별인 형제자매 쌍둥이 출생은 4045쌍으로 60.2%에 머물렀지만 다른 성별인 남매 쌍둥이 출생은 2676쌍으로 39.8%까지 증가했다. 20년 만에 전체 쌍둥이 중 형제자매 쌍둥이 출생 비율은 11.4%포인트 감소했고 남매 쌍둥이 출생은 같은 비율만큼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남매 쌍둥이 출생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 난임 시술에 따른 이란성 쌍둥이 임신 증가를 꼽았다. 난임 시술은 정자를 채취해 여성의 배란 시기에 맞춰 자궁 안에 직접 주입하는 인공수정 방식과 채취한 정자와 난자를 체외에서 수정해 생성한 배아를 자궁 안으로 이식하는 체외수정 방식으로 나뉜다.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여러 개의 난자가 배란되도록 하는 '과배란'을 유도하거나 2개 이상 수정란을 이식해 이란성 쌍둥이 임신 가능성이 자연 임신보다 최대 50배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현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태아 성별을 결정하는 원인에는 환경, 영양,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소가 있어 하나의 원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란성 쌍둥이 중 성별이 같은 경우가 다른 경우보다 6대4 비율로 소폭 많다는 해외 연구 결과를 감안한다면 (변화의 배경에) 이란성 쌍둥이 임신이 크게 늘었고 일란성 쌍둥이 임신 비율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같은 난임 시술이라도 인위적으로 난자 과배란을 하지 않은 치료법에서는 쌍둥이 임신이 극히 적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영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 소장(산부인과 교수)은 "자궁경부 점액을 분석해 생리주기를 보다 세밀하게 파악하는 방식으로 배란기를 예측하고 가임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난임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며 "2017년부터 160건 이상 시술을 진행했지만 쌍둥이 임신은 그 중 한 건에 불과해 쌍둥이 임신에 인위적 난자 배란이 얼마나 주요한 요소인지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성 쌍둥이 임신을 통해 남매 쌍둥이 출산을 고려하는 산모들도 있다.
경기도 한 난임 치료센터에서 만난 산모 A씨(36)는 "다른 난임 시술보다 시험관 시술이 이란성 쌍둥이 출산 확률이 좀 더 높다는 말에 처음부터 시험관 시술 받기를 원했다"며 "늦은 나이에 출산하는 만큼 기회가 많지 않다는 생각에 한 번에 남매를 출산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인위적으로 자녀의 성별을 결정해 출산할 수 없다. 현재 성별이 다른 쌍태아를 임신하기 위한 기술은 시험관 시술로 만든 수정란을 이식하기 전 유전자 검사로 성별을 파악한 뒤 그에 맞춰 이식하는 것이 유일하다. 그러나 관련법인 의료법에서 의사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별을 부모에게 알려줄 경우 의사면허 정지와 함께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진영 일산차병원 난임센터 교수는 "수정란의 성별을 파악해 임신을 유도하는 기술 자체는 단순한 원리지만 국내에서는 검사지에 성별 표기를 원천 차단하는 등 부작용을 막고 있다"며 "이런 제약이 없는 해외로 가서 난임 시술을 받는 산모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ttp://news.v.daum.net/v/20200913182100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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